
환절기 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고 가슴이 답답할 때, 혹시 폐렴(pneumonia)은 아닐까 걱정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. 뉴스에서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기흉(pneumothorax)으로 쓰러졌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.
폐렴, 기흉, 그리고 머리뼈 안에 공기가 차는 기뇌증(pneumocephalus).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병명들은 사실 한 뿌리에서 태어난 형제들이다. 그 뿌리는 pneumo, 곧 ‘숨’이다.
Pneumo-, 숨에서 시작된 말
pneumo-는 그리스어에서 왔다. 뿌리를 따라가면 ‘숨쉬다’를 뜻하는 동사 pnein에 닿는다. 여기서 두 갈래의 말이 자라났다. 하나는 pneumōn, 곧 ‘폐’다. 다른 하나는 pneuma, ‘숨·바람·공기’다.
흥미로운 건 pneuma의 뜻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. 고대 그리스인에게 숨은 곧 생명의 기운이었다. 그래서 pneuma는 ‘숨’이면서 동시에 ‘영혼·생기’를 뜻했다.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 곧 살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.
그러니 pneumo-가 붙은 의학용어는 크게 두 갈래다. 하나는 ‘폐’ 그 자체를 가리키고, 다른 하나는 ‘공기’를 가리킨다.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, 가리키는 곳이 다르다.
폐를 가리킬 때: 폐렴
먼저 ‘폐’ 쪽 갈래다. 가장 익숙한 단어가 Pneumonia 폐렴이다. pneumōn(폐)에 ‘염증’을 뜻하는 -ia가 붙어, 말 그대로 폐에 생긴 염증을 뜻한다. 1600년경부터 쓰인 오래된 말이다.
폐렴은 폐 자체가 병드는 것이다.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의 공기주머니에 염증을 일으켜, 숨 쉬는 일이 힘들어진다.

공기를 가리킬 때: 기흉과 기뇌증
다른 갈래에서 pneumo-는 ‘폐’가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들어찬 공기를 가리킨다.
대표가 Pneumothorax 기흉이다. pneumo(공기)에 ‘가슴’을 뜻하는 thorax가 붙었다. 폐를 감싼 흉막 안으로 공기가 새어 들어가, 폐가 쭈그러드는 병이다. 1803년 프랑스 의사 이타르가 붙인 이름이다.

더 극적인 경우가 Pneumocephalus 기뇌증이다. pneumo(공기)에 그리스어 kephalē(머리)가 붙어, 머리뼈 안, 즉 두개강에 공기가 들어찬 상태를 뜻한다. 대개 외상이나 수술 뒤에 생긴다.

폐, 가슴, 머리. 자리는 저마다 다르지만, 세 단어 모두 ‘숨·공기’라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.
숨은 곧 생명이었다
다시 뿌리로 돌아가 보자. pneuma가 ‘숨’이면서 ‘영혼’이었다는 사실은, 그저 옛사람들의 은유만은 아니었다.
폐렴으로 숨이 가빠 본 사람이라면, 기흉으로 가슴을 옥죄는 통증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안다. 숨이 곧 삶이라는 것을. pneumo라는 한 뿌리가 이렇게 많은 말로 갈라진 것은, 그만큼 숨이 우리 몸에서 절박한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.
다음에 ‘폐렴’이나 ‘기흉’ 같은 말을 듣거든, 그 안에 숨어 있는 오래된 단어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. 그 모든 말의 바닥에는, 살아 있는 한 멈추지 않는 ‘숨’이 있다.
참고 자료
- Online Etymology Dictionary, ‘pneumo-’·‘pneuma’·‘pneumonia’·‘pneumothorax’, etymonline.com (그리스어 pnein ‘숨쉬다’, pneumōn ‘폐’, pneuma ‘숨·바람·영혼’).
- Pneumothorax: 프랑스 의사 장 마르크 가스파르 이타르(Jean Marc Gaspard Itard)가 1803년 명명, pneumon(폐·공기) + thorax(가슴). ‘흉막강 내 공기’(1821).
- Pneumocephalus = pneumo(공기) + 그리스어 kephalē(머리). 두개강 내 공기.
- 이미지: NIH BioArt(Public Domain), Wikimedia Commons(PD·CC BY-SA). 각 사진에 작가·라이선스 표기.